함께 자라기

 

 

우리는 하루 세 번 3분씩 이를 닦습니다. 대략 다섯 살부터 닦았을 것이고 죽기 전까지 닦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닦는 경력과 실력에 어떤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나이 육칠십쯤 되면 도사 수준은 못 되어도 준전문가 소리는 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런데 나이 들었다고 이 잘 닦는 사람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1만 시간 법칙을 만든 주인공, 안데쉬 에릭손은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딱 잘라 말합니다.

55년 동안 걸었다고 걷는 게 점점 더 나아지고 있는 건 아닙니다. 자신이 즐기는 걸 한다고 해서 더 뛰어나게 될 것이라고 믿는 것은 미신입니다.

그가 말하는 1만 시간 법칙에서 1만 시간은 '자신의 기량을 향상시킬 목적으로 반복적으로 하는 수련'을 한 시간을 일컫습니다. 그런 수련을 그는 의도적 수련(deliberate practice)이라고 합니다. 그냥 경험이 아니고 매우 특수한 형태의 수련 방법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악기 연주자에게 공연 시간은 이런 의도적 수련이 되지 못합니다. 체스 선수에게는 토너먼트 시간도 이런 의도적 수련이 되지 못합니다. 다시 말해 그 시간들은 실력을 예측하지 못합니다. 정말 기량 향상을 목적으로 자신의 약점을 개선하려고 애쓰는 수련, 그것만이 의도적 수련입니다. 통계적 분석의 결과가 그렇습니다. 실제 실력과 상관있는 것은 의도적 수련이었습니다.



 

진단 전문의는 환자를 한 번 또는 두 번 본 다음, 꽤나 난해한 증세를 해결하기 위해 평가를 내리고, 다음 환자로 넘어갑니다. 그 의사는 환자를 두 번 다시 보지 못하기도 합니다. 저는 최근에 대단히 성공적인 진단 전문의를 인터뷰했는데, 그 사람은 판이하게 다르게 일을 하더군요. 그는 상당한 시간을 자기 환자를 확인하는 데에 보내면서, 진단 시에 자신이 무얼 생각하는지 많은 기록을 하고, 자신이 얼마나 정확한지 나중에 확인을 하더군요. 자신이 만든 이 부차적 단계가 그를 자신의 동료들로부터 차별화하는 중요한 점입니다. 일반적으로 최고 수준의 퍼포먼스를 내는 사람들은 특별한 테크닉을 활용하는데, 그것은 널리 알려지지도 않고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행하지 않는 것이죠.

 


 

The better we get at getting better, the better and faster we'll get better.


  • 자신이 이미 갖고 있는 것들을 잘 활용하라.
    • 새로운 것을 유입시키는 데에만 집중하다 보면 새로 들어온 것들이 이미 있는 것들을 덮어버릴 수 있다. 자신이 올해 몇 권을 읽었다고 자랑하지 말고 (서가에 몇 권 있다고 자랑하는 것과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내가 그 지식을 얼마나 어떻게 활용하는지 반성하라.
    • 이미 갖고 있는 것들을 하이퍼링크로 서로 촘촘히 연결하라. 노드 간 이동 속도가 빨라질 수 있도록 고속도로를 놔라. 즉, 이미 습득한 지식, 기술, 경험 등을 서로 연결 지서 시너지 효과가 나게 하고 하나의 영역에서 다른 영역으로 왔다 갔다 하는 것을 자주 해서 다른 영역 간을 넘나들기가 수월해지도록 하라.
    • 새로운 것이 들어오면 이미 갖고 있는 것들과 충돌을 시도하라.
    • 현재 내가 하는 일이 차후에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하라.
  • 외부 물질을 체화하라.
    • 계속 내부 순환만 하다가는 일정 수준에 수렴할 위험이 있다. 주기적인 외부 자극을 받으면 좋다. 단, 외부 자극을 받으면 그걸 재빨리 자기화해야 한다. 마치 인체가 음식을 먹어 자기 몸의 일부로 만들듯이, 외부 물질을 받아들이면 소화해서 자신의 일부로 체화해야 한다.
    • 외부 물질 유입 이후 생긴 내부의 갈등을 해결하려는 데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무시하고 덮어두지 말라. 내가 가진 것들의 상생적 관계를 끌어내도록 하라.
  • 자신의 개선하는 프로세스에 대해 생각해 보라.
    • 예컨대 나의 A 작업을 되돌아보는 회고/반성 활동을 주기적으로 하는 프로세스를 만들어라(C 작업).
    • 나를 개선하는 과정(B 작업)을 어떻게 하면 개선할 수 있을지 고민하라.
  • 피드백을 자주 받아라.
    • 사이클 타임을 줄여라. 새로운 정보를 얻었다면 1년 후에 크고 완벽한 실험을 하려고 준비하기보다는 1달, 혹은 1주 후에 작게라도 실험해 보는 것이 좋다. 순환율을 높여라. (순환율을 높이는 것의 중요성은 <린 싱킹 (개정판)> 참고)
    • 일찍, 그리고 자주 실패하라. 실패에서 학습하라.
  • 자신의 능력을 높여주는 도구와 환경을 점진적으로 만들어라.
    • 일례로, 전설적 프로그래머 워드 커닝햄(Ward Cunningham)은 자기의 수족을 마음대로 놀릴 수 없는 불편한 언어에서 프로그래밍을 하는 경우 점차적으로 자신을 도와주는 환경을 만들어 나간다. 나의 속도를 늦추는 것들을 중력에 비유한다면, 워드는 중력을 점점 줄여나간다고 할 수 있다. 중력을 요만큼 줄였기 때문에 그 덕으로 몸이 더 가벼워지고, 또 그 때문에 중력을 줄이는 작업을 좀 더 쉽게 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되먹임을 해서 결국은 거의 무중력의 공간을 만들어낸다. 결국 그는 어셈블리 언어에서도 우아한 춤을 출 수 있다.
    • 완벽한 도구와 환경을 갖추는 데에 집착해선 안 된다. 그런 식으로는 무엇도 영원히 얻을 수 없다. "방이 조용해지고 배도 안 고프도 온도도 적절해지기만 하면 공부 시작해야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중에 1등은 없다. 또한 실제로 그런 환경이 되어도 몸에 배어든 습관 때문에 결국은 공부하지 못할 것이다.



동일한 자극/조건이 주어졌을 때 어떤 사람은 더 많은 학습과 성장의 기회를 찾고 오히려 그 조건을 자신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생각하기도 하더군요. 지금 자신의 상황 '때문에' 학습 프레임을 갖는 것이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면, 이 우주 어딘가의 누구는 비슷한 상황 '덕분에' 학습 프레임을 가질 수 있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상상해 보면 어떨까요?



선생 입장에서는 자신에 대한 메타인지를 높이는 노력을 할 수 있습니다. "내가 이 문제를 해결할 때 어떤 과정을 거치는가"를 생각하며 자신의 머릿속을 관찰하고, 질문을 던지고 분석하는 것이죠. 그리고 학생들이 이걸 배우면서 어떤 생각을 하는가를 직접 관찰하고 질문을 던지고 분석할 수 있을 겁니다. 메타분석에 따르면 선생이 인지적 작업 분석에 능숙한가 하는 것이 학생들의 학업성취도에 미치는 영향의 효과 크기가 자그마치 1.29나 됩니다. 이런 분석 능력이 뛰어난 선생이 잘 가르치는 사람이라는 이야기입니다.

반대로 학생 입장에서는 선택권이 있다면, 자신과 학생에 대한 분석을 잘하는 선생을 고르는 것이 유리한 전략이 되겠지요. 그 선생이 가진 지식의 양만 보지 말고요. 또 선생의 메타인지를 돕기 위해 자기가 어떻게 생각하면서 이 문제를 풀었는지 그 인지적 과정을 선생에게 알려주는 것도 매우 효과적입니다. 혹은 선생이 그 문제를 푼 인지적 과정 자체를 알려달라고 요청할 수도 있겠죠.



1) 아무리 기술적인 실천법이라고 해도 2) 그 기술은 사회적 맥락속에서 실천되어야 하며 3) 그 기술의 성공을 위해서는 사회적 자본과 사회적 기술이 함께 필요하다.

 



신뢰가 깨어져 있는 상태에서는 어떤 행동을 해도 악의적으로 보인다는 것입니다.

직장에서도 비슷한 예를 들 수 있습니다. 팀장은 선의로 팀원들에게 책을 선물합니다. 그런데 팀장과 팀원 사이의 신뢰는 이미 깨져 있는 상태입니다. 그러면 팀원들은 팀장의 행동을 악의적으로 느낄 수도 있습니다. "나보고 이런 거 모르니 공부하라는 얘기야? 자기는 쥐뿔도 모르면서···" 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이죠.

이 신뢰를 사회적 자본의 일종이라고 합니다. 소위 말하는 사회 연결망도 사회적 자본의 일종입니다. 사회적 자본이 좋은 사람들은 통상 사회적 기술이 뛰어납니다. 쉽게 말하면 신뢰 구축을 보다 잘하는 사람이겠죠.



전문가가 해당 도메인 지식만 뛰어난 사람이라는 것은 대표적인 미신입니다. 전문가는 사회적 자본과 사회적 기술 또한 뛰어납니다.

벨 연구소는 수십 년에 걸쳐 '뛰어난 연구자'의 특성에 대해 연구했습니다. 그 결과 뛰어난 연구자와 그렇지 않은 연구자를 가르는 결정적인 요인 중 하나는 사회적 자본, 특히 소셜 네트워크의 차이였습니다. 뛰어난 연구자는 같은 부탁을 해도 훨씬 더 짧은 시간 안에 타인의 도움을 얻었습니다.



사회적 기술을 훈련한다는 게 막막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 개인이 실천할 수 있는 게 있을까요? 간단한 방법은 주변 사람들과 매일 주고받는 마이크로 인터랙션 [각주:1]에 신경을 쓰는 겁니다. 그걸 기록하고, 복기하고, 다르게 인터랙션 한다고 하면 어떻게 했으면 좋았을까를 생각해 보는 것만으로도 훈련이 될 수 있습니다.



 

제 경험에 한해서는 TDD 도입에 실패하는 경우, 무엇이 병목이었냐를 살펴보면 사람들이 TDD의 기술적 내용을 잘 몰라서보다도 TDD를 도입하는 데에 필요한 사회적 자본과 사회적 기술이 없어서가 훨씬 더 많았습니다. 기술적 요소보다 사회적 요소가 병목이 될 확률이 높다는 것이지요. 이 사실을 깨달은 이후로는 어떤 기술적 지식을 전달한다고 해도 그것을 사회적 맥락 속에서 가르치고 경험하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제가 중요하게 다루는 사회적 기술은 도움받기, 피드백 주고받기, 영향력 미치기, 가르치고 배우기, 위임하기 등이 있습니다.

 



품질 전문가 제럴드 와인버그가 한 말을 살펴봅시다. 이분은 소프트웨어 개발을 잘 관리하려면 세 가지 근본적 능력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1. 복잡한 상황을 이해하는 능력으로, 프로젝트를 계획한 다음 관찰하고 행동하여 계획에 맞게 프로젝트가 진행되게 하거나 계획을 바꿀 수 있어야 한다.
  2. 관찰하는 능력으로, 무엇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관찰하고, 효과적인 적응 행동을 하기 위해 자신이 관찰한 것이 어떤 의미인지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3. 행동하는 능력으로, 어려운 대인 상황에서 우리가 심지어 혼란스럽거나 화가 나거나 아니면 무서워서 도망쳐 숨어버리고 싶을 때에도 적절하게 행동할 수 있어야 한다.

 


 

 

와인버그는 자신이 바꾸지 못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바꾸는 일도 할 수 없다고 합니다.

 


 

신뢰를 쌓는 데에 널리 사용되는 한 가지 방법은 투명성과 공유, 인터랙션입니다. 자신이 한 작업물을 투명하게 서로 공유하고 그에 대해 피드백을 주고 받으며 인터랙션을 하는 것이죠. 조직에서의 신뢰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이런 것을 소통 신뢰(Communication Trust)라고 합니다. 상대가 자신이 가진 생각을 나에게 솔직히 말해줄 거라는 신뢰죠.

그런데 정말 그렇게 공유하고 소통하면 신뢰가 쌓일까요?


 

하나 공유나 최고 공유가 아마 우리가 흔히 하는 공유 방식일 겁니다. 그런데 이 방식은 하고 나면 신뢰가 더 떨어집니다. 신뢰 면에서 보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것이죠.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요? 하나 공유나 최고 공유의 경우 우리는 공유 자리에 기대감보다 불안감을 갖고 갈 겁니다. "상대가 이걸 보고 흉을 보면 어쩌지?" 그리고 그럴 경우 어떻게 방어적으로 대응해야 할지도 대략 생각해 두겠죠. 또 상대의 시안을 보고 솔직한 의견을 내는 것도 꺼리게 될 겁니다. "내가 한 말을 듣고 나를 싫어하면 어쩌지?"라는 생각에서요. 그러면 듣는 사람도, "저 사람 솔직하지 않은 것 같아"라고 느끼겠죠. 또, 만에 하나 상대가 부정적으로 들릴 만한 의견을 주면 그건 곧 나의 전문성에 대한 도전이 되는 겁니다. 나의 작품이 하나밖에 없으니 '작업물 = 나'가 되는 것이죠. 나름 방어를 해낸다고 해도 자기 효능감이 떨어지기 쉽습니다.

반대로 복수 공유는 그런 불안감이 상대적으로 덜합니다. 또 부정적 피드백을 수용하려는 마음도 더 많죠. 여러 개를 준비했으니 그중 하나를 두고 뭐라고 해도 나에 대한 공격은 아닌 겁니다. 또 여러 개이니 상대적으로 이야기를 할 수 있어 말하는 사람도 편하고("이건 이게 좋은데, 이건 이게 안 좋다"는 식으로), 듣는 사람도 좋다는 이야기랑 안 좋다는 이야기를 같이 들으니 마음이 좀 더 편합니다.

 


 

남을 설득하려면 논리성과 객관성에 대한 환상을 버려야 합니다. 그래야 현실적으로 설득이 가능합니다. 내가 설득하고 싶은 상대를 자주 만나서 신뢰를 쌓고, 그 사람이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어떤 설명 방식을 선호하는지 이해해야 합니다. 출발은 결국 내가 설득하려는 사람에게서 하는 것입니다. 자료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닙니다.

 


 

실제로 뛰어난 S/W 엔지니어들은 높은 대인 능력을 갖고 있는 것이 관찰되었습니다. 설계, 코딩, 테스팅 등의 소프트웨어 개발 활동에 대한 시간 투자는 전문가와 그렇지 않은 사람에 큰 차이가 없는 반면, 리뷰 회의나 다른 사람과 상담하는 등의 의사소통과 협력 활동에서는 전문가가 훨씬 많은 시간을 사용한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상위 5%(1차 연구, 2차 연구에서는 상위 30%)의 탁월한 S/W 엔지니어에 대한 연구에서도 그런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을 구별하는 효과적인 요소는, 주어진 업무 외에도 관심을 갖는가 하는 점이었습니다. 탁월한 엔지니어들은 프로젝트 전반에 대한 큰 그림을 가지려고 하고, 경영진에게 더 적극적인 태도로 다가가고, 다른 엔지니어들을 도와줍니다.

 

 

 

  1. 인사 주고받기, 지나가는 대화, 물어보기 등 일상적이고 소소하고 빈번한 상호작용을 말합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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