료의 생각 없는 생각

 

 

누군가 성장했다는 것은 꼭 성공했다는 말은 아니다. 그저 두려움을 추구했음을 의미한다. 작든 크든 성장했다는 것은 어둡고 보이지 않음을 알고도 발을 내딛은 용기에서 출발했다는 것이, 누군가들이 말하던 어떤 성공보다 훨씬 큰 의미가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 50p

 


 

무엇인가 알고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시작해야만 알 수 있는 것임을, 살면서 반복적으로 느끼고 있다. 자신에게 무엇도 시작해 주지 않음으로써 자기가 무엇을 원하고 또 해날 수 있는지 경험조차 시켜주지 않는 것은, 스스로에 대한 직무 유기가 아닐 수 없다. 너무 내 자신을 잘 안다는 미명 아래, 같은 패턴을 강요하진 않기도 했다. 뭐든 사소하게라도 경험해 보게 하고 그중 싫증 나지 않던 것을 쉬지 않고 계속하는 일. - 62p

 


 

내가 생각해도 나는 참 많이 변했다. 두려운 건 두려운 거고, 내딛는 건 또 내딛는 거라고 나 자신을 설득하는 내 자신이 기분 좋게 어색할 만큼, '나는 어쩌다 이렇게 변했을까?' 떠올려보다, 그렇게 그렇게 겹쳐져 비틀비틀 성실했던 시간들이 진짜의 나를 찾아가는 길이었음을. '나이가 들어 변하는 것이 아니라, 점점 자기다워지는 것이다.' 라는 말이 무언지 조금은 알 것 같아, 기분이 묘해진다. 갈 길이 멀고도 가까워 조금은 떨린다. 어쩌면 설레는 것일지도 모른다. - 64p

 


 

어쩌면 내가 제일 성장할 수 있었던 시간은 가장 약하고 두려움이 가득한, 비에 젖은 작은 새 같던 시절이었다. 열두 번씩 바뀌는 생각과 출처 없는 공포에 손도 못 쓰고 자꾸만 숨이 차던, 그 안에서 지도 같은 건 손에 쥐지 못한 걸 알면서도 소맷부리로 눈물을 훔쳐내고 캄캄한 길목에서 한 발자국 용기를 낼 때, 그 어떤 일의 시작은 바로 그때였다. - 82p

 


 

나를 스치는 매일의 상황들이 영화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더없이 아름답고 좋을 때도 흠씬 즐기되, 자만하기보다는 찰나임을 잊지 않고, 그다지 좋지 않은 반대의 상황일 때에도 모든 것은 끝나기 마련임을 떠올려, 슬픔의 사이즈를 줄여나가는 방법을 택하며 지내려고 한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면 생각보다 잡아두어야 할 것이 그리 많지 않아서, 기분 좋게 허무하고 산뜻하게 가벼운 신기한 마음이 들곤 한다. 조금만 떠올려도 그저 유한한 것이다. 그게 무엇이든. - 151p

 


 

그 언젠가 내 마음이 이리저리 방황해, '왜 행복은 더 가까이 와주지 않는 걸까?'라고 더없이 서운한 마음으로 질문했을 때, 누군가 말했다. '좀 불행하면 어때요. 행복하고 평안히 지낼 때는 그걸 묻지 않고 당연하게 생각하다가, 안 좋은 상황이 닥칠 때면 사람들은 왜 그걸 억울해하죠? 좀 이상하긴 해요.' 라고. - 166p

 


 

판가름하지 않도록 늘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 각자의 이야기는 온전히 각자의 몸이기 때문이다. 습관이나 일상처럼 타인을 판단하고 선을 그어 상을 주거나 벌을 주는 것. 과연 어디까지가 인간의 영역인가. 얼마만큼의 깊이인지도 모르는 말과 글로 타인의 가치를 매겨대거나, 심지어 타인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얼마나 무섭고 오만한 것인가. - 178p

 


 

시간이 지나간다는 것은 흘려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도 빠짐없이 내 안에 빼곡히 쌓이는 일. 매일이 만나 무엇이든 내가 되고 있겠지. 조급한 나를 달래주는 일은 그런 매일을 다시 보는 일. - 185p

 


 

우당탕 가내수공업 같은 매일이지만, 진심을 다해 보낸 하루가 모이면,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무엇이든 되어 있을 거라고 믿어요. 뚜렷하지 않은 매일이라 해도 실망하지 말고, 그래도 무엇이든 성실히 해내, 차분히 선명해지게 될 나를 믿는 시간, 짧게라도 매일 꼭 가져요. - 225p

 


 

살아가면서 지름길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는 것이, 어쩌면 최고의 지름길일지도 몰라요. 하고 싶은 것을 누구의 속도도 아닌 그저 자신만의 방법과 속도로 계속 성실히 해나가는 것만이, 가장 완벽한 나만의 지름길일 테니까요. '너만 알고 있어'라고, 귓속말로 알려준 누군가의 길 말고요. - 243p

 


 

아무것도 하지 않고는 내가 무엇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인지 나는 알 수 없다. 나를 알아가는 방식이란 결국 물리적으로 자꾸만 써대는 무언가라는 점을, 나는 잘 알고 있고 택하고 있다. 고민 같은 것 없이, 자주 생각하고 자꾸 써대는 것들이 모여 잘하는 일이 되는 과정임을. 더 이상 의심 같은 건 접어 두고, 거창하든 사소하든 그저 끌리는 대로 쌓여가는 거대한 시간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믿으며, 돌아볼 사이 없이 나는 그저 간다. - 247p

 


 

매일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언제든 주변 환경을 선택할 수 있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그게 가족이어서, 그저 오랜 친구여서, 그저 돈을 벌어야 하는 수단이기 때문에라는 각자의 절절한 이유에, 나는 무심히 내맡겨서는 안 되는 것이다. 주어진 현실에 그저 순응하는 삶에 자신을 몰아넣고, 미련하게도 그 와중에 옳게 살아보겠다는 마음이 앞서 자기답게 사는 법을 찾아내려는 건, 출구 없는 방들에서 탈출하기 위한 더없이 처절한 게임임에 틀림없다. - 255p

 


 

내가 타인에게 쏟을 수 있는 마음의 저편에는 똑같이 받고 싶은 마음이 존재하고 있었다. 누군가에게 나의 진짜 마음을 읽히고 싶은 마음, 그 누구든 인간으로서 누군가를 온전히 자세하게 읽어주는, 저 깊은 관심에서 나오는 타인에 대한 사랑은 어쩌면 순간적으로 집중된 정확한 형태의 위로가 필요해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 319p

 


 

예전에 제가 귤을 까서 알맹이는 놔둔 채 껍데기만 뭉쳐서는, 장난처럼 친구의 입안에 '아-' 하고 불쑥 들이밀었는데, 그 친구가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고 '아-' 하고 입에 넣고는 무심히 뱉는 걸 보면서 큰 울림을 받았어요. 늘 제약이 많고 유연하지 못했던 저와는 너무 다르다고 느껴졌거든요. 그 상황이 제 생각을 바꾸는 계기가 되어서, 이후 저는 "너무 좋습니다." 라는 말을 습관처럼 하게 되었어요. 정말 좋아서가 아니라, 경험 자체를 걸러내지 않고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는 의미로요. - 348p

 


 

저는 항상 뭔가를 대충 하지 않고 푸짐하게 충분히 해보려는 경향이 있는데, 처음에 떠오른 직관적인 답이 맞을 때도 많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른 가능성을 닫아두고 싶지 않아요. 다양한 경우의 수를 하나하나 대입해 보면서 스스로 '이게 맞다'는 확신이 들기 전까지는. 돌아가는 길을 택하더라도 그 과정을 겪는 것이 저에게 '무거움'의 의미인 것 같아요. 누군가는 그걸 비효율적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그 사람의 기준에서의 효율일 뿐 제 삶의 리듬과는 다르기 때문에, 시행착오도 나만의 리듬이고 나만의 지름길을 찾기 위한 당연한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남들이 쉬운 길이라고 말하는 길이, 정작 나에게는 전혀 쉽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 - 350p

 


 

저에게 사랑은 마치 '이어달리기'와도 같아서, 내가 누군가에게 준 마음은 꼭 돌려받지 않아도 다른 방식으로 흘러가, 결국 또 다른 사람을 일으켜 세우는 선물이 된다고 생각해요. 어쩌면 아쉽지만 사랑은 혼자만의 게임일 수도 있어요. 진짜 사랑은 받기 위한 마음이 아니라 '내가 그런 사랑을 할 수 있는 사람이었구나.'를 아는 데서 완성되는······. 그래서 사랑은 결국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여정이고, 누군가를 깊이 사랑하는 과정에서 결국 나 자신을 마주하고 이해하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남을 사랑하는 방식으로 자신을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면, 사랑은 타인을 향하지만 그 안에서 자기 자신이 가장 많이 성장하는, 끝없는 '돌림노래'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 35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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